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ㅣ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달에는 물로 된 돌이 있는가?
금으로 된 물이 있는가?
― 파블로 네루다, 「유성」
불 끄고 자리에 누우면 달은 머리맡에 있다. 깊은 밤 하늘 호수에는 물이 없고, 엎드려 자다가 고개 든 아이처럼 달의 이마엔 물결무늬 자국. 노를 저을 수 없는 달의 수심 없는 호수를 미끄러져 가고, 불러 세울 수 없는 달의 배를 탈 것도 아닌데 나는 잠들기가 무섭다.
유난히 달 밝은 밤이면 내 딸은 나보고 달보기라 한다. 내 이름이 성복이니까, 별 성 자 별보기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애보고 메뚜기라 한다. 기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치면, 영락없이 아파트 12층에 날아든 눈 큰 메뚜기다. 그러면 호호부인은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는다. 벼랑의 붉은 꽃 꺾어 달라던 수로부인보다 내 아내 못할 것 없지만, 내게는 고삐 놓아줄 암소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오를 수 없는 벼랑의 붉은 꽃처럼, 절해고도의 섬처럼, 파도 많이 치는 밤에는 섬도 보이지 않는, 절해처럼.
photo taken with app Gudak
-
(C) Jinseo Kim. all rights reserved.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