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ㅣ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달에는 물로 돌이 있는가?
금으로 물이 있는가?
파블로 네루다, 「유성」

  끄고 자리에 누우면 달은 머리맡에 있다. 깊은 하늘 호수에는 물이 없고, 엎드려 자다가 고개 아이처럼 달의 이마엔 물결무늬 자국. 노를 저을 없는 달의 수심 없는 호수를 미끄러져 가고, 불러 세울 없는 달의 배를 것도 아닌데 나는 잠들기가 무섭다.

 유난히 밝은 밤이면 딸은 나보고 달보기라 한다. 이름이 성복이니까, 별보기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애보고 메뚜기라 한다. 기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치면, 영락없이 아파트 12층에 날아든 메뚜기다. 그러면 호호부인은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는다. 벼랑의 붉은 꺾어 달라던 수로부인보다 아내 못할 없지만, 내게는 고삐 놓아줄 암소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오를 없는 벼랑의 붉은 꽃처럼, 절해고도의 섬처럼, 파도 많이 치는 밤에는 섬도 보이지 않는, 절해처럼.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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